오늘 B대리님과 J씨, M씨와 죽전역앞 이마트 안에 있는 아웃백에 왔다. 귀가길에 죽전역으로 걸어갈 때 기억났다. 올해 5월 24일부터 6월 18일까지 11번 내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M의 소개로 총각네 야채가게 수지점 알바를 하며 죽전역을 밟았었다. 6월 19일 의정부로 인턴 첫 출근 바로 전날까지 이곳에서 알바를 했다. 이 땅을 다시 밟으니 감회가 새롭다. 배달 일로 피곤에 지친 채, 얼굴에는 선크림의 흔적이 땀에 얼룩진 채로 이곳을 오갔던 생각에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오늘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그 전의 날들보다는 덜 피곤한 채로, 더 일찍 죽전역을 들어서니 말이다. 하지만 난 안다. 이 역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아무 기약 없을 때 알바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떠올려보니 또 참 감사하다. 티벳단기선교 자금을 모으기 위한 알바였고, 선교팀 모임이나 기도회(21시에 시작하는 금철 포함)에 늦지 않기 위해 애쓰던 모습에 말이다. 마감(점포정리)까지 같이 일하지 않고 먼저 빠진 알바생인데도 따뜻하게 챙겨주신 점장님과 동료들에게도 참 감사하다.
그 때 난 걱정이 많았던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울적하거나 마음이 무너진 채 좌절하고 있지 않던 것 같다. 땀흘려 일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그냥 마음이 편했다. 대청 새기를 갔다가 적당한 시간동안 기도하고 알바장소로 향했었다. L과 종종 통화하며 연인의 안부를 나눴고, M과 카톡을 주고 받으며 그리스도인의 위로와 격려를 나눴다. 믿음이 커나가는 오프라인 교제였고, 환경에 좌절하지 않게끔 나를 붙들어주신 주의 배려였다.
비슷한 경험이 떠오른다. 지금도 내 카톡 친구 목록에 계신 분이 운영하시는 토스 잉글리시 굽은다리역 지점을 버스로 지날때다. 그때의 감회도 남달랐다. 버스에서 생각했다: "저곳에 이티로 채용되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지금의 신앙도 비전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의 감회는 조금 다르다. 두 가지가 다르다.
우선, 하나님께서 나를 붙드시기로 하신 이상, 어떤 상황과 환경 가운데서도 나는 주님께 향한다는 믿음과 의지가 미세하게나마 감지된다. (이것을 의지라고 표현하려면 약간의 역설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는 날 책임져 주신다. (세상적인 성공이라기 보다는 내 신앙과 믿음을 책임져 주신다.) 두번째로, 오늘은 지금의 상황에 안도하지 않는다. 만족을 뽐내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게 주의 손 안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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